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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7일 토요일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86쪽
알 수 없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누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연병장에 모인 오합지졸의 예비군 같은 모임이었다.
서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라고는 하지만 친숙함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기도박꾼 집단처럼 느껴졌다.

127쪽
낯이 익다고 해서 대리아내가 실제의 아내는 아닌 것처럼
지금 앉아 있는 저 관객들은 모두 복제품인 것이다.
대리모는 자궁에서 하나의 복제인간을 출산한다.
그러나 대리신은 동시에 수많은 복제품 매트릭스를 양산할 수 있다.

256쪽
순간 낯익은 사람이 K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낯이 익은 사람임에는 틀림없으나 누구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서 만났는지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할 필요조차 못 느꼈다. 

294쪽
그런 중죄가 3,4분의 짧은 고백만으로,
[주의 기도]를 세 번 외우고, 성경의 한 구절을 읽는 것으로 무죄가 될 수 있는가.
못은 빼도 못 자리는 남는 것이 아닐까.

사제에게 한 고백만으로 죄가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빠른 시간 안에 밀수품을 사고 파는 불법 거래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336쪽
"선악과였어"
"그래, 만약에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지 않았더라면 자네와 나는 선도 악도 몰랐을 거야.
원래 이 세상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었을테니까. 그랬으면 자네와 난 분리되지 않고
합체가 된 온전한 하나의 '나'가 되었을거야. 
그 하나의 '나'는 하느님이 창조했던 원래의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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