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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 월요일

1Q84


1권
23p :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하나뿐입니다.

240p :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퀘스쳔 마크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456p : 
"유전자 입장에서는 인간이란 결국 탈 것에 불과하고 거쳐 가는 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에요. 유전자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냐, 우리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알 바 아니지요.
우리는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들이 고려하는 것은 무엇이 자기들에게 가장 효율적이냐는 것뿐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말씀이시지요?

524p : 만일 우리가 단순히 유전자의 탈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째서 우리 인간 중 적지 않은 자들이 그토록 기묘한 행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우리가 심플한 인생을 심플하게 살고,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생명유지와 생식에만 힘을 쏟으면, DNA를 전달한다는 그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게 아닌가.

622p : 저지른 쪽은 적당한 이론을 달아 행위를 합리화할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어.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당한 쪽은 잊지 못해. 눈을 돌리지도 못해. 기억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대로 이어지지. 세계라는 건 말이지.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2권
211p :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276p :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593p :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다. 언제까지고 겁에 질린 어린애처럼 내 앞에 닥친 일들에서 눈을 돌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 진실을 아는 것만이 인간에게 올바른 힘을 부여해준다. 그것이 설령 어떤 모습의 진실이라 해도.

3권
331p :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없어서는 안 되고, 그림자가 있는 곳에 빛이 없어서는 안 된다.

455p : 이야기는 그 자체의 생명력과 목적을 품고 거의 자동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덴고는 이미 그 세계에 꼼짝없이 포함되어 있다. 그곳은 가공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이프로 살갗을 베면 진짜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현실세계였다. 그 하늘에는, 크고 작은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었다.

584p : 열차라는 건 다름아닌 덴고가 집필하고 있는 이야기이고 나는 꼼짝없이 그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존재로서. 말하자면 깊은 안개 속을 헤매는 혼란에 빠진 무지한 조연으로서.
 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의사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이곳에 실려왔을 뿐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나 스스로 이곳에 있기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는 것은 나 자신의 주체적인 의사이기도 하다.

723p :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